플록은 벗어날 수 없는 촘촘한 감시 사회를 원합니다

미국의 기술 기업 플록 세이프티(Flock Safety)가 개발한 차량 번호판 자동 인식 카메라(ALPR)와 이를 둘러싼 전국적 대규모 감시망 논란을 다룬 칼럼입니다. 이 장비는 가로등이나 전신주 등에 설치되어 지나가는 차량의 번호판 글자뿐만 아니라 제조사, 차종, 색상까지 세부적으로 기록합니다. 2017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동네 도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미국 사법 집행 기관의 약 40%와 계약을 맺고 알래스카주를 제외한 전역 도로에 약 13만 대가 설치될 정도로 거대하게 성장했습니다. 수사 기관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이나 판사의 별도 승인 없이도 운영 주체가 통제하는 방대한 차량 이동 데이터를 조회해 수사에 쓰거나 체포 증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범죄 예방과 공공 안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국 도로에 급속히 보급되었으나, 사법 당국의 사적 감시와 무단 개인 행적 추적 등 권한 오남용 실태가 드러나며 미국 전역에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 등 보수 성향 주정부조차 주 예산 지출을 동결하거나 도로 위 카메라 철거를 지시하고 나섰습니다. 공공 안전을 위해 개인의 사생활을 불가피하게 희생해야 한다는 플록 측의 주장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안보를 구실로 사법 감시 권한을 일방적으로 키웠던 과거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며 헌법상 권리와 시민 자유를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플록 세이프티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39세의 개릿 랭글리는 감시 시스템을 범죄 없는 세상을 위한 파우스트적 거래로 규정하며, 범죄를 과거의 일로 만들고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사생활을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2017년 조지아주 애틀랜타 자택 인근에서 일어난 연쇄 차량 털이 사건 당시 단속할 단서가 부족하다는 지역 경찰관의 말을 듣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공학 학위를 지닌 연쇄 창업가였던 그는 대학 동기인 맷 퓨리, 페이지 토드와 함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와 태양광 패널을 가로등 기둥에 결합한 임시 번호판 인식 카메라를 처음 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주택 소유자 협회와 사유 주거 단지에 판매했으나 곧 경찰 등 사법 기관의 관심을 끌었고, 2020년 무렵에는 경찰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전국 공공 도로로 빠르게 보급되었습니다. 현재 플록은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사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가 8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습니다. 알래스카주를 뺀 전역 도로에 약 13만 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었으며 미국 사법 집행 기관의 약 40%가 고객입니다. 카메라는 차량 번호판을 넘어 차종과 색상까지 상세히 기록하며, 경찰은 법원의 사전 영장이나 사법적 승인 없이도 이 정보에 접속해 체포나 기소에 활용합니다. 사법 당국과 회사는 브라운 대학교 총기 난사범 추적, 범죄 조직 소탕, 아동 유괴 방지 등을 대표적 성과로 내세우며 정관계 로비와 정치 후원금도 늘려왔습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절반가량이 이러한 자동 차량 번호판 인식 장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길거리 카메라를 파손하거나 먹칠하는 직접적인 저항이 벌어졌고, 시민 제보로 전국 카메라 위치와 법적 대응 수단을 공유하는 오픈소스 기반 앱 디플록(DeFlock)이 확산하자 랭글리는 이를 테러 행위 같다고 비난해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학자 쇼샤나 주보프는 이를 두고 빅테크가 사람들의 안전 요구를 채워주는 바로 그 순간에 이익을 위해 개인의 행동 데이터를 약탈하는 감시 자본주의의 모순이라고 짚었습니다. 사법 기관의 오남용 실태도 확인되었습니다. 경찰관이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거나 가족을 몰래 감시하는 데 시스템을 유용했다는 혐의가 제기되었고, 텍사스주의 한 보안관보는 약물 유산 혐의를 받는 여성을 기소할 단서를 찾으려고 8만 대가 넘는 플록 카메라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했습니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역시 지역 경찰과 공조해 이민자 추적과 구금에 플록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비판이 쏟아지자 랭글리는 자신은 도구를 개발했을 뿐이며 사용 방식과 윤리적 판단은 선출된 공직자들의 몫이라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 주의 정치인들조차 등을 돌렸습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플록 관련 주정부 예산 지출을 전면 동결했고,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주 고속도로에 설치된 카메라의 허가를 취소하고 철거를 명령했습니다. 인디애나, 캔자스, 테네시 등 공화당 우세 지역 공직자들도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며 규제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헌법에는 사생활 보호라는 문구가 직접 적혀 있지 않지만, 정부의 부당한 수색과 압수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제4조를 바탕으로 법원은 개인 권리를 해석해왔습니다. 2012년 연방 대법관 새뮤얼 얼리토는 차량 GPS 추적 사건에서 기술 발전이 편의나 안보를 주는 대신 프라이버시를 희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직후 제정된 애국자법을 거치며 사법적 통제가 결여된 대규모 디지털 감시망이 합법화되었습니다. 당시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신속한 입법을 압박하며 도구가 테러를 막는다고 역설했고, 실리콘밸리는 정부의 감시 수요에 발맞춰 생체 인식과 통신 감시 기술을 공급하며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습니다. 언론인 리처드 벡은 저서에서 실리콘밸리가 대규모 감시와 무차별 정보 수집을 추진한 근본적인 동기는 기술적 이상이 아닌 거대한 금전적 이익 추구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대중은 이미 온라인 플랫폼의 상시 감시에 무감각해져 체념한 상태이지만, 길거리 전신주에 설치된 플록의 검은색 카메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온라인 데이터 수집과 달리 시민의 자유와 익명성이 물리적 생활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박탈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상징입니다. 범죄를 없앤다는 명분 아래 끊임없이 시민의 권리를 내주다 보면 결국 우리에게 남는 권리가 하나도 없게 될 것이라는 점을 기사는 명확히 경고합니다.

일반 시민에게는 공공 도로를 이용해 일상적으로 오가는 모든 차량 이동 경로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촬영되어 영장 없는 공권력의 상시 감시망에 노출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는 보이지 않는 인터넷 정보 수집을 넘어 실제 물리적 생활 공간에서도 이동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크게 위축될 수 있음을 뜻합니다. 기술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에는 기술이 공공 안전을 내세우더라도 법적 견제와 명확한 한계가 없으면 심각한 권한 남용을 낳는다는 점을 확인해 주며, 개발자 역시 시스템이 초래할 사회적 위험과 남용을 막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일깨웁니다.